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

🔖 그 이후로 타인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.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느끼고 살아가는 세상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. 수많은 경험과 방식이 있지만 결국 모든 건 간접적이다. 나는 아예 내가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때 기이한 죄책감이 마음속에서 솟구친다. 타인의 삶, 그 수많은 사건과 생각이 겹치고 겹쳐서 쌓인 세계관을 내가 납작하게 해석해서 쓴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죄를 짓고 있는 것만 같다. (...) 나는 여전히 고민한다. 어떻게 인식의 한계를 넘어, 내 세상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인물로 쓸 수 있을까? 누구도 상처받지 않으면서 재미까지 있는 완벽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라는 꿈은 꾸지 않는다. 그건 작법이 아니라 마법의 영역에 있는 일이다. 하지만 내 고민이 유의미한 성과를 조금이라도 달성하기를 간절히 바란다. 그러면 나는 이 일에서 약간이나마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.


🔖 나는 결코 내 정신의 주인이 아니었고, 주인이 될 수도 없었다. 이전과 바뀐 것이 있다면 이제 누구도 자기 정신의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. 누구에게나 자신의 정신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믿는다. 모두가 자기 정신이라는 객체와 타협하여, 자기 정신을 설명하고 또 더 좋아지게 하려는 과정을 죽을 때까지 겪는다고 생각한다.